최근 식습관이 서구화되고 간편식 위주의 식사가 일상화되면서, 젊은 연령층에서도 당뇨병과 지방간, 비만이 동시에 발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아직 성장과 신체 기능 발달이 활발한 10~20대에서 만성 질환이 나타날 경우, 이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더욱 크기 때문에 조기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이번에 상담한 20세 남성 환자 역시 고도비만 상태에서 당뇨병과 지방간을 동시에 진단받은 사례였습니다. 키는 181cm에 체중은 114kg였고, 식습관과 생활패턴은 전형적인 ‘대사 질환 유발’ 형태를 보이고 있었습니다. 콜라와 튀김류, 고탄수화물 식사에 익숙해진 식생활, 음주 습관까지 겹치면서 혈당과 간수치가 모두 정상치를 크게 벗어난 상태였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 환자의 식습관과 질병 상태를 바탕으로 고도비만, 당뇨병, 지방간이 서로 어떤 영향을 주고받는지 살펴보고, 실질적인 개선을 위해 어떤 식이요법 전략이 필요한지 구체적으로 설명하고자 합니다.
- 20세 남성, 간수치(AST 101U/L, ALT 145U/L) 및 혈당 이상, 고탄수화물 식단 중심
- 주식: 컵라면·우동·떡볶이, 채소 부족, 콜라 자주 섭취, 불규칙한 생활 및 음주 습관
- 식이전략: 고단백·식이섬유 중심, 액상당 제한, 금주, 규칙적인 식사 리듬 확립
- 4주 후: 체중 6kg 감소, 간수치 개선(AST 65U/L, ALT 89U/L), 혈당 정상 범위에 근접
- 영양상담을 통해 식습관 변화 → 수치 개선 → 환자 인식 전환으로 이어짐
고도비만과 당뇨를 불러온 식습관 구조
이 환자의 식습관은 단순한 열량 과잉을 넘어, 체중 증가와 혈당 상승을 촉진하는 잘못된 식사 구조가 고착화된 상태였습니다. 하루 대부분의 식사는 떡볶이, 우동, 컵라면과 같은 고탄수화물, 고나트륨 식품 위주였고, 식이섬유와 단백질은 거의 섭취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채소 반찬이 거의 없는 식단 구성은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초래하고, 포만감을 빨리 해소시켜 과식을 유도하게 됩니다.
여기에 음료로 물 대신 콜라를 마시는 습관, 간식으로 단 음식을 자주 섭취하는 행동까지 더해지면서, 식사는 곧 ‘고당분·고열량 섭취’라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단맛에 익숙해진 입맛은 자연스러운 채소 섭취를 어렵게 만들고, 식사의 질을 지속적으로 떨어뜨렸습니다. 이와 같은 식습관은 단지 체중 증가에 그치지 않고, 췌장의 인슐린 분비 부담을 가중시키며 결국 당 대사의 붕괴를 초래했습니다.
단백질 부족은 기초대사량 저하로 이어지고, 근육량 감소로 인해 체중 감량이 더 어려운 몸 상태를 만들게 됩니다. 이 환자는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는 경우에도 채소반찬이 잘 제공되지 않았다고 해서, 이후 상담에는 보호자 교육도 함께 진행하기로 계획하였습니다. 식사 내용뿐 아니라 식사의 기준을 바꾸는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건강 회복이 가능합니다.
간기능 이상, 단순 비만으로 넘기기 어려운 이유
고도비만 상태에서의 간기능 이상은 단순한 과체중 문제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이 환자의 경우 AST 101U/L, ALT 145U/L로 이미 비알콜성 지방간으로 진단을 받았습니다. 지방간은 간세포 내 지방이 과다 축적된 상태로,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간세포 손상을 유발하고, 염증이 동반될 경우 간섬유화와 간경변으로 진행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인슐린 저항성과 연관된 내장지방의 축적은 간 내 지방합성을 촉진시키며, 고탄수화물 위주의 식사와 액상과당 섭취가 이를 더욱 악화시킵니다. 이 환자의 식사 패턴은 간 지방 침착의 주된 원인을 모두 갖추고 있었으며, 여기에 음주 습관까지 더해져 간세포의 회복 여지를 좁혀가고 있었습니다.
또한 고도비만한 상태는 비알코올성 지방간 외에도 담즙 정체, 고지혈증, 인슐린 저항성 증가를 동반하기 쉬우며, 이는 결국 대사증후군의 악순환 고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당뇨병이 이미 발병한 시점에서 간수치까지 비정상이라면, 이는 단순 경고가 아닌 신체 전체 대사 조절 시스템에 중대한 이상이 생겼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따라서 지방간은 ‘지나치게 먹은 결과’로 단순화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정밀한 관리와 영양중재가 필요한 질환입니다.
고단백 식이와 식이섬유 중심의 식단 전략
이 환자에게는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간 기능 개선을 동시에 고려한 식이요법이 필요했습니다. 단순히 열량을 줄이거나 탄수화물을 제한하는 접근만으로는 오히려 요요현상을 유발하거나 근육량 손실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영양소 조합’ 자체를 바꾸는 식사 전략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 주식은 정제 탄수화물 대신 잡곡밥이나 고구마, 귀리 등 복합탄수화물로 교체하고, 총량은 줄이되 혈당지수가 낮은 식품을 위주로 구성하였습니다. 동시에 매 끼니마다 단백질 공급원이 반드시 포함되도록 유도했는데, 달걀, 닭가슴살, 두부, 생선 등 소화가 부담되지 않는 고단백 식품을 중심으로 섭취해야 함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기초대사량 유지를 돕고, 식후 혈당 상승을 완화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신선한 채소를 통해 풍부하게 제공되도록 하였고, 평소 거의 먹지 않던 나물 반찬, 쌈채소, 데친 브로콜리, 가지무침 등을 식단에 단계적으로 도입하였습니다. 물은 하루 1.5~2리터 이상을 섭취하도록 교육했고, 음주, 콜라와 가당 음료는 탄산수와 무가당 차로 대체하여야 함을 설명드렸습니다. 또한 하루 3끼 규칙적인 식사 리듬을 유지하는 것이 포도당 대사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늦은 시간 폭식과 간식 섭취를 줄이기 위한 생활 습관 조정도 병행하였습니다.
결국 이 환자의 식단 전략은 ‘단순 제한’이 아니라 ‘식품 선택의 기준을 재설정’하는 과정이었으며, 이를 통해 실제 체중 감량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대사 안정성을 도모할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은 하루 식습관의 대부분을 고쳐야 한다는 것을 알고 많이 힘들어하셨습니다. 하지만 한달 뒤 다시 부모님과 함께한 외래상담에서 금주부터 시작하여 조금씩 매일매일 목표를 세우고 건강하게 섭취하다 보니 몸도 가벼워지고 마음도 더 건강해진 느낌이라고 좋아하셨습니다.
영양상담 후 체중, 간 수치, 혈당 모두 안정세
체계적인 영양상담과 식습관 조정 이후, 환자는 4주 만에 눈에 띄는 변화를 보였다. 체중은 114kg에서 108kg으로 감소하였으며, 이는 단순 수분 손실이 아니라 실제 지방량의 감소도 확인되어서 건강한 다이어트가 되었음을 확인하였습니다. 무리한 다이어트 없이도 규칙적인 식사와 영양 균형을 통해 체중 조절이 가능하다는 점은 환자에게도 큰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변화는 간 수치의 개선이었습니다. 초기 AST 101U/L, ALT 145U/L였던 수치는 상담 후 한 달이 지나 AST 65U/L, ALT 89U/L로 뚜렷하게 감소하였습니다. 물론 정상범위로 돌아오지는 않았지만, 식이조절과 음주섭취량을 확연하게 줄인 것만으로도 간 염증이 완화되고 간세포 회복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였습니다. 여기에 더해 공복혈당도 205mg/dL에서 181mg/dL로 낮아지며 당뇨 조절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무엇보다 환자가 음식 선택에서 자율성과 책임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의미있었습니다. 콜라 대신 생수를 마시고, 라면 대신 미역국에 현미밥을 선택하는 변화는 외적인 수치 변화 그 이상이었습니다. 이는 일시적인 식단 처방이 아니라, 환자 스스로 건강한 식습관을 체화해 나가고 있다는 방증이며, 향후 유지 가능한 건강관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론
이번 사례는 간 수치 이상과 혈당 문제를 안고 있는 환자에게 있어 ‘단순한 체중 감량’이 전부가 아님을 보여줍니다. 실제로 환자의 주식이 면류, 떡볶이 등의 고탄수화물 음식에 편중되어 있고, 음주와 당 음료 섭취가 잦았으며, 채소는 거의 섭취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흔히 간과되는 생활 습관 속의 위험 요인을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수치상의 이상이 아니라, 삶의 패턴 전반이 건강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영양상담은 이처럼 단순히 열량을 줄이거나 음식을 제한하는 방식이 아닌, 환자의 삶을 바꾸는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섭취 습관을 교정하고, 몸에 맞는 식품을 찾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힘을 키우는 것. 이것이 바로 식습관 관리의 본질입니다. 단 한 달의 조정만으로도 수치가 변화하고, 환자의 인식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영양중재의 가치와 효과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따라서 단순한 체중 수치나 혈당 수치 이상을 넘어서, 환자의 식생활 전체를 조망하고 다각도로 개입하는 전략이 필요하며, 이는 임상영양사가 개별 상황에 맞춘 상담을 통해 충분히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간기능 이상과 당뇨병, 비만이 함께하는 상황에서도 식이요법은 분명히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 출발점은, 오늘의 한 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을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