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성 케톤산증(DKA)은 단순한 혈당 상승을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급성 합병증입니다. 특히 알코올 섭취, 불규칙한 식사, 저영양 상태가 동반될 경우 상태는 더욱 악화되며, 치료 이후에도 식습관 개선 없이는 재발 위험이 큽니다. 이번 글에서는 실제 중년 남성 환자의 사례를 바탕으로, DKA 상태에서의 식사 관리와 회복 전략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봅니다.
케톤산증 - 술에 의존한 식사습관과 그 위험성
50대 초반의 한 남성 환자는 최근 당뇨병성 케톤산증으로 응급실을 통해 입원했습니다. 이 환자는 오랜 음주력과 함께 하루 한 끼도 제대로 먹지 않고, 식사 대신 술과 반찬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습관을 수년간 유지해왔습니다. “밥을 먹으면 술이 안 들어가요”라는 말처럼, 식사는 철저히 음주를 위한 부수적인 행위로 여겨졌습니다. 하루 소주 3~4병, 찌개와 고기 반찬 위주의 식단, 그리고 단 음식을 곁들인 식습관은 결국 심각한 혈당 불균형을 초래했습니다.
이러한 식습관은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간의 포도당 생산 기능까지 저하시킵니다. 결국 환자는 혈당이 급격히 상승해 케톤체가 생성되고, 입원 시 체중은 10kg 이상 감소한 상태였습니다. 혈색소(11.0g/dL), 알부민(2.3g/dL), 림프구 수치(1382.4/μL) 등도 모두 기준 이하로 나타나 저영양 상태가 확인되었습니다. 교육 중 “이렇게까지 나빠졌는지 몰랐다”는 환자의 반응은, 자신의 습관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처음으로 자각한 순간이었습니다. 이후 술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규칙적인 식사를 우선으로 하는 행동계획을 수립하였습니다.
췌장염을 동반한 당뇨 환자의 식사관리
이 환자는 단순한 당뇨병뿐 아니라 췌장염까지 진단받은 상태였습니다.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 주요 기관으로, 염증이 생기면 지방 섭취에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자는 “삼겹살 안 먹으면 밥 먹는 게 아니다”는 인식으로 매 끼니 기름지고 짠 고기 위주의 반찬을 반복했습니다. 췌장염 환자에게 고지방 식단은 통증 재발과 염증 악화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했습니다.
영양교육에서는 하루 총 지방 섭취를 20% 이하로 제한하고, 닭가슴살, 두부, 계란흰자 등 저지방 단백질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재구성하도록 권유했습니다. 또한 ‘밥보다 반찬’에 치우친 식사 습관을 조절하기 위해, 곤약밥, 잡곡밥, 채소 위주의 식단을 통해 포만감을 유지하면서도 지방 섭취를 줄이는 전략을 제시했습니다. 처음에는 “입에 안 맞는다”던 환자도, “아내가 도와준다면 해볼 수 있을 것 같다”는 태도로 변화하며 실천 의지를 보였습니다.
단 음식을 통한 혈당 조절 실패와 개선 전략
입원 전 환자의 일상은 믹스커피, 아이스크림, 과자 등 고당류 간식이 중심이었습니다. “당 떨어지면 단 게 생각난다”는 말처럼, 환자는 혈당이 불안정해지면 반사적으로 당류를 섭취하며 안정을 찾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간식은 순간적인 안정감은 줄 수 있으나,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고 다시 떨어뜨리며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의 초점은 공복감을 단 음식이 아닌 고단백 간식으로 해결하는 전략이었습니다. 무가당 요거트, 삶은 달걀, 두유, 오이 스틱 등 혈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포만감을 줄 수 있는 간식 아이템을 추천하고, 간식 시간과 횟수를 미리 계획해 과잉 섭취를 방지하는 방법을 제시했습니다. 환자는 “처음엔 밍밍했는데 먹다 보니 배도 부르고 덜 당긴다”며 점차 단맛에서 벗어나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저영양 상태 회복 전략
입원 당시 환자는 최근 2주간 체중이 10kg 이상 감소한 상태였으며, 전신 염증과 함께 면역력 저하 소견도 동반되었습니다. 이는 단순한 체중 감량이 아닌 근육량 소실, 체력 저하, 회복 지연으로 이어지는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술과 안주로 식사한다”는 인식은 실제로 탄수화물 섭취 부족과 단백질 결핍을 초래했고, 그 결과 당 대사 이상은 물론 DKA 재발 가능성까지 높였습니다.
영양관리 전략으로는 하루 3끼를 일정 시간에 섭취하고, 한 끼를 2~3회로 나누어 식욕 저하 시에도 일정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성했습니다. 또한 저지방 고단백 식품을 중심으로 식단을 짜고, 최소한의 에너지 및 단백질 섭취 기준을 제시해 회복을 도왔습니다. 퇴원 이후에는 식사 일지를 작성하도록 하여 실천률을 높이고, 가족과 함께 식단을 점검하며 지속적인 습관 형성을 유도하였습니다.
이 사례는 당뇨병성 케톤산증이 단순한 혈당 수치 문제가 아니라, 일상 속 식사 습관과 생활 방식 전반의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술을 줄이지 못하고, 식사는 불규칙하며, 단 간식에 의존하는 생활은 결국 몸의 회복 능력을 저하시키고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환자와의 상담을 통해 단순한 혈당 관리가 아닌,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인 식사 전략을 제시하였고, 환자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자각하며 실천을 시작했습니다. 이처럼 식사는 ‘혈당을 올리지 않기 위한 수단’이 아닌 ‘몸을 회복시키는 도구’로 재인식되어야 합니다. 위기의 순간이 건강한 삶을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